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최근 백화점은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불과 10~20년 전만 하더라도 '쇼핑'이라는 문화 영역에서 백화점은 과점 형태의 기업으로 존재했었다. 단지 상품만 많이 판매하면 그들의 매출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백화점은 설계되고 운영되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급성장과 더불어 다양한 쇼핑 공간이 증가하였고 인터넷 매체의 발달과 시민 문화의 성숙으로 소비자의 권익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로 인해 백화점 관계자들은 그들의 판매 전략을 바꿔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아울렛처럼 착한 가격을 제공하지도, 인터넷 쇼핑몰처럼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지도 못하는 백화점은 서비스에서 다른 곳과 차별화되기 위한 생존 전략을 세웠다. 서로 다른 욕구를 지닌 개개인에게 맞춤서비스를 제공하여 전반적인 만족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매출 향상을 꾀한 것이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이 전략을 성공시키기는 데에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는 이 점에 주목하여 백화점 내의 편의 시설이 과거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으며,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등을 국내의 여러 백화점을 찾아 다니며 한 달여 동안 분석해 보았다.
과거 VS 현재
과거에 비해 백화점의 휴식 공간은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구할 수는 없었지만 기존에 있었던 백화점과 신축 건물을 비교함으로써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신촌의 U-Plex같은 경우 그 옆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본관에 비해 그 규모가 작음에도 전문 휴게 공간과 세 층에 걸친 문화 시설을 확보해 두었다는 것을 앞의 포스터에서 다룬 적이 있다.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는 리모델링을 하면서 그 구조가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세계는 본점과 강남점 등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개인 공간을 크게 확충시키는 데에 중점을 둔 것 같다. 이동통로가 넓어졌으며 매장들을 여유롭게 배치해 두어 다른 백화점과 달리 여유롭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시켰다. 이러한 신세계 백화점의 최근 변화는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공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내부의 의류매장 대신 휴게 시설을 입점시키는 식으로 편의 시설을 늘리고 있었다. 이러한 백화점들의 변화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나타났었던 현상이다. 이 추세가 외국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고 우리나라도 뒤늦게 합류했다는 점은 백화점의 편의 시설이 장기적인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휴식 공간의 확충은 달라진 쇼핑 문화에 따른 대응 방식인 것이다.

<동경의 한 백화점> 편의 시설의 형태
백화점 내부의 편의 시설은 이용 고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앞에서 백화점은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휴식 공간을 늘리고 있다고 하였다. 이 점도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은 젊은 고객층 들에게는 전문 휴게 공간을 제공한다. 잠깐 발을 붙일 수 있는 쉼터의 개념이 아닌 30분~1시간 가량의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커피숍이나 간식 가게 같은 형태로 존재한다. 반면 중년층에게는 짬짬이 쉴 수 있는 공간을 구석 구석 마련해 두었다. 남성들에게는 자판기가 있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곳과 흡연실을 한편에 위치시키는가 하면, 아이들을 동반한 주부들을 위해서는 유아 휴게실을 만들기도 한다. 상류층이 주로 찾는 곳에는 매장마다 휴식공간이 들어서 있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에게는 스페셜 라운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는 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 개개인의 만족도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백화점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매출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인 것이다.
백화점은 더 이상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복합적인 문화 공간의 특성을 띈다. '소비를 위한 공간'으로서는 이미 그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다. 이제 백화점은 또 하나의 '만남의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 장소,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 친구들과의 스트레스 풀이 장소로서 백화점은 다른 곳과는 다른 메리트를 갖게 된다. 이처럼 인연이 만들어지는 장소가 된만큼 백화점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줘야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백화점은 쾌적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 시설과 넉넉한 휴게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매출 향상을 위한 백화점의 전략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를 나쁘게 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효용도 같이 올라가는 윈윈전략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제 백화점은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놀이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