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11월 9일 방영된 ‘미녀들의 수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논란이 된 이번 ‘미녀들의 수다’에서는 한국 여대생들과 외국 여성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사회의 이모저모를 외국인과 한국인의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 중 가장 이슈가 된 것은 키에 관한 한 학생의 발언이었다. 키도 경쟁력이라며 180cm 이하의 신장을 가진 남자는 ‘루저’라고 말한 학생때문에 이 문제는 일파만파로 커져 갔다.
논란이 한창 진행되던 중에 지나간 방송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방송을 보고 느낀점은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놀라웠다. 이것이 이렇게까지 커질 문제인가 의아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녀에 따르면 ‘루저’이다. 그러나 화가 난다기보다는 한 사람의 견해로만 들렸을 뿐이었다. 물론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그녀의 잣대가 옳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것은 그녀의 기준일뿐 나랑은 무슨 상관이 있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토록 이 문제가 커지게 되었을까.
현대사회에서 대중매체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나이대의 접근성이 보장되고, 모두에게 똑같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텔레비전은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대중에게 공개성을 띄는 텔레비전의 특성 상 텔레비전에서 비춰지는 사람들은 그 사회의 대변인처럼 느껴진다. 소위 우리가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문제가 커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여대생들은 지극히 일반인이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의 스크린에 비춰진 이상 그녀들은 공인의 성격을 띄게 된 것이다. 개인별로는 각 학교의 대표인으로서, 전체적으로는 한국 여대생을 대표하게 되었다. 방송에 나타난 그녀들의 행동과 언행은 더 이상 그녀만의 행동과 언행이 아니었다. 남자의 키에 대한 한 여학생의 가치관은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여대생의 생각인 것처럼 비추어졌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가 다시 한번 언급되었고, ‘루저 사태’라 불러질만큼 문제가 커진 것이다.
어쩌면 '미녀들의 수다‘ 제작진은 이 점을 노렸을 수도 있다. 시청자들이 합성의 오류를 범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들은 게스트들이 자신의 학교와 한국을 대표한다는 식의 느낌을 계속 주었다. 그 회의 타이틀부터가 <미녀, 한국 여대생 만나다>이였으며 게스트 앞에 출신학교를 표시해 두었다. 진행자도 각 학교의 대표 퀸카들이 나왔다는 식의 멘트를 던졌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민감하게 생각될 수 있는 문제들을 대화의 소재로 삼았고 극단적인 반응들만을 편집하여 방송에 내보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다시 화두에 올려놓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한 것이다.
마치 10명 남짓한 여대생들이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편집한 제작진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시청자에게 문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거대해진만큼 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여 판단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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